그러나 그들을 굴러싼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원하지 않던 이별을 해야 했던 어린 연인.
그리고 11년의 세월이 흘러 그들이 다시 만났다!

"지효야, 난 너 없인 살 수 없어."
"아니, 넌 나를 버렸어. 이제 다신 내게 다가오지 마."

어젯밤은 지난 11년 동안 지긋지긋할 정도로 반복해 꾸던 비참한 꿈과 달랐다.
꿈속에서의 그녀는 언제나 냉정하게 그를 떠났고, 다시는 그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죽음과도 깊은 좌절 속에 잠을 깨곤 했다.
그러나 간밤에 그들은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고,
지금 역시 그가 사랑하는 유일한 여자와 함께 있다.
이것은 현실이다.

참을 수가 없어 품 안의 작은 몸을 으스러지도록 강하게 안았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거친 짐승의 입에서 마지막 나온 구애의 속삭임은
오랜 세월 가슴에 담아 두고 차마 부르지 못했던 그 이름이었다.

"지효야......."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안에 흐르는 피가 무엇인지를.
그녀가 사랑하는 이는 죽음을 맞는 운명을.
또 다시 그를 잃어야 한다면, 이제는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거부도 선택도 할 수 없는 길. 신의 사랑을 받는 자. 그리고 버림받는 운명. 신병(神病)!

신은 신병을 앓는 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반드시 앗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