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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백림광제, 열무지마궁에 화살을 쏘다.

쓩- 퍽!
"뭐냐?"
"누구야?"
"어떤 놈이 열무지마궁에 화살을 쏜 거냐?"
"잡아라!"
홀연히 날아든 화살 하나로 열무지마궁은 달구어 놓은 화로에 기
름이라도 부은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이런 날을 손꼽아 기다린 그들이 아니던가.
밑도 끝도 없이 지어낸 자신들의 말로부터 시작하는 [하악! 하
악!] 자학당하기를 기본 궁훈으로 삼는 열무지마궁에 최초로 자학
이 아니라 타인에 의한 공격이 실제로 들어온 것이다.
하늘이 그들을 돕고 있었다.
지랄 발광을 해야 하는데 자학으로는 만족하지 못하여 직접 누군
가 자신을 후려 패주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었던 날들이 수년이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어라 했느냐?"
화살에 묶인 서신을 풀고 있는 마궁 대외당주에게 마궁주가 하문
하였다. 그의 입꼬리에는 미소가 한가득 물려 있었다.
-세상이 나를 돕는 구나. 자학으로 지쳐 있는 마궁도들에게 이제
진정으로 누군가 후려 패준다면 이 아니 즐거울 소냐.
마궁주는 가슴으로 소리치며 기꺼워하고 있었다.
"[야! 너, 나쁜 놈 맞잖아!] 라고 쓰여 있습니다."
"으하하, 지대 걸렸다. 누가 보낸 것이냐? 누구를 지칭한 것이
냐?"
대외당주의 답을 들은 마궁주가 다시 물었다. 그 얼굴에 미묘하게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혹시 자신을 향한 것이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는 표정과 솔직히 자
신이기를 한편으로는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엿 보였다. 하지만 대
외당주의 숨은 뜻은 다른 곳에 있었다. 한꺼번에 답하면 될 일을
대외당주는 좀 더 여유를 부리며 대답하는 것이 그 까닭이다.
왜?
사건을 좀 더 비화시켜 마궁의 도움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서신은 대외당주 자신을 노린 것이었다.
"접니다."
누구를 지칭한 것인가에 대한 답을 먼저 했다. 역시나 노린 것은
사건의 비중을 높이기 위함이다.
최근 대외당주는 밥값이 없어 밥도 못 사먹고 있었고 마궁으로
부터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기에…….
"누가?"
"백림광제 좌흑입니다."
"……."
마궁주의 궁주전에 있던 마궁도들은 일순 모두 입을 벌리고 할
말을 잃고 있었다.
"그가 왜?"
"1년 전에 술김에 한 말이거나 혹은 전혀 하지 않은 말인데. 무림
에 일파만파 돌아다니는 풍문이 되어 버린 말이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에야 터진 것 같습니다."
대외당주는 "너 나쁜 놈."이라는 말의 근원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알지 못했다. 하도 비슷한 식의 말들을 만드는 것이 마궁도들의
취미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대외당주는 당사자가 누구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대외적인 공격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그들 마궁도
들의 기본 성정이었다.
정작 자신이 한 소리가 근원이 아닐지라도…….
마궁도는 그러한 일을 즐긴다.
남씹기, 까대기, 음해하기의 절대 경지를 이루어 마궁을 건설한지
도 강산이 변할 정도는 되어 있었다.
"이유는 무엇이냐?"
"제가 백림광제를 무림에서 쫒아 내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랬느냐?"
"모릅니다. 마궁도들이 그런 일을 많이 하고 다니니 누군가 한 말
이 와전되었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어차피 하루 이틀 한 짓도 아
니고 한솥밥 먹는 누군가가 했을 것은 뻔하니 그런 소리야 들어
도 싸지만 제가 한 일은 아니라는 게 제 머리에서 내놓은 기억이
고 제 입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일단 너만 아니라면 되었다. 모른다고 딱 잡아 때고 백림광제와
맞짱을 떠라!"
항상 일의 진행은 이런 식이었고 그 당사자가 대외당주라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하지만 대외당주의 입장은 달랐다.
지금까지 자신이 지휘하여 "딱 잡아 때고 까라!"라는 지시를 해왔
던 입장으로 이제 자신이 최전방에 알몸뚱이로 나서야 하는 일이
생겨버린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배고픈데.
밥값은 줄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아니……."
대외당주는 겉으로는 기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림광제가 누구인가.
도저히 자신의 이빨로는 이기지 못하는 고수가 아니던가.
마궁의 습성이 남씹기와 까대기의 절대 고수들의 단체라는 것은
알지만 자신은 아직 그 초절정 마궁의 비기를 10성 완성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배고픈 것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 잠시 수련을 게
을리 한 탓이 컸다.
"후방 지원은 우리가 맡겠습니다."
마궁주와 대외각주의 대화에 끼어든 것은 현영동강이라고 불리는
4형제의 수장인 현이었다. 이들은 마궁에서도 무력으로 서열권에
진입한 자들이었다.
"나도 돕겠다."
이 한마디로 장내는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마궁 최고의 까대기 고수 유욕권이었다.
"저도 측면 지원을 하겠습니다."
잠자코 있을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언제나 나서기 좋아하는 나대
기 남창이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나섰다.
-넌 원래 나대잖아.
마궁주의 전각에 있는 모든 이들의 생각이 한결 같았다.
[넌 원래 가만 둬도 나설 놈인데 뭘 측면 지원씩이냐?]라는 표정
으로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남창은 원래 그들 사이에서도 난 놈이었다.

"이 새끼, 저 새끼……."
유욕권은 즉시 실행에 들어가 백림광제를 앞에 두고 씹어 돌리기
신공을 펼쳤다. 백림광제는 전대 무림고수로 잠시 은거 중이었기
에 무림의 시퍼런 후배인 유욕권, 그를 인정하고 자시고 할 이
유가 없었다.
욕권은 잘난 맛에 살며 그것으로 족하지 전대 고수 따위는 안중에
도 없었다.
[아웃 오브 안중]을 절대 명제로 삼고 까대기 시작했다.
최대한 개념을 무탑재시킨 상태였다.
"껄껄껄. 맞으면 어쩔래?"
백림광제는 초연하게 대응하였으나 사뭇 비장한 한수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남창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검을 빼어 들었는데 엉뚱하게도 이
대비역 중 두 곳인 판무교와 오비궁을 향하고 있었다.
멍청하기 이를 데 없는 짓임에도 그는 입을 쫙 벌린 채 [하악! 하
악!]거리며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남창 이 멍청한 놈아!"
같은 마궁도들 조차 남창의 이해할 수 없는 짓에 혀를 내둘렀다.
하루 이틀 본 짓은 아니지만 참 어이가 없었다.
"왜?"
"거기가 아녀!"
"아 씨팝 나도 알아! 일단 준비 자세 취하는 중이잖아."
남창의 변명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알려주면 반성하기는커녕 벌
써 알고 있었다는 식.
-마궁은 내가 이어 받는다. 으하하하.
이로서 자신은 마궁의 최대 궁훈을 전수받고 마궁을 이어 받을
자격 있음을 만천하에 알리고 있었다.
엉뚱하게 튄 검은 남창의 검뿐만이 아니었다.
"금조와 한오가 북해마님궁에서 전투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마님궁에 한 다리를 걸치고 있는 백림광제로서는 좌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마님궁의 의지를 전해들은 그로서는 더 이
상 무림이 분탕질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이 화살 한대의 효과는 그야 말로 천지가 뒤집어 지는 일
대 사건의 도화선이 된다.
사실 그 화살에 실려 보내야 할 말은 조금 잘못이 있었다.
"야! 너, 나쁜 놈 맞잖아."가 아니라 "야! 너희들, 나쁜 놈들 맞잖
아!"였어야 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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