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메모라이즈를 창작한 사이릭입니다.

도서출판 동아가 문피아 및 오비디오에 올린 제 작품 출판과 관련한 일방적인 주장에 대하여 작가인 저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출판사와 작가 간의 불미스런 일이 공론화되거나 법정다툼으로 비화되는 것은 여하한 이유를 떠나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저의 기본 입장입니다. 그러나 동아가 법적조치 운운하며 일방적인 주장을 펴며 공론화한 이상 진흙탕 싸움인 줄 알면서도 저도 이렇게 입장표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동아와 전 2006.2.24일 출판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당시 제호는 ‘마경’이었고 이후 5개월간 심혈을 기울여 2권 분량의 원고를 탈고한 후 7월 중순 경에 동아에 넘겼습니다. 이후 출판 홍보를 한다는 미명 아래 조아라 사이트에 온라인 연재를 하도록 하였고 실제 1권 분량을 연재하였습니다. 그러나 마경이 온라인 독자들로부터 반응이 없자 동아에선 출판을 차일피일 미루며 장장 두 달간 전화 한 통 조차 없었습니다.

저는 전업 작가입니다.

글쓰기가 곧 생계와 직결되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지난여름, 아내가 임신까지 하는 바람에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아내를 볼 때마다 정말 무능하고 못난 제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습니다. 재주라곤 글 쓰는 것 하나뿐인데, 이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자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마냥 좌절만하고 있을 수가 없었기에, 저는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작품을 쓰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빈센트’란 제목을 단 작품을 창작하여 미우나 고우나 출판사라곤 동아 밖에 모르던 터라 제가 새로운 작품을 썼으니 마경과는 별개로 일단 검토라도 해 달라는 부탁을 하며 반 권 분량의 원고를 동아에 보냈습니다. 한 작가가 보통 여러 작품을 동시에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저로서는 마경 계약을 갱신하던지 아니면 새로운 작품으로 계약하려는 생각을 지니고 원고를 보냈습니다. 메일을 보낸 지 삼일이나 흘러서 역시 메일로 답변이 왔는데 그냥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정확히 한 줄이었습니다. 마치 선심이라도 쓰는 듯, 무성의한 답변에 기가 막혔으나 어쩌겠습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던 저로서는 그저 출판사의 처분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토 답변이 얼마 만에 왔는지 아십니까?

원고를 보낸 후, 정확히 20일 만에 왔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한 줄이더군요.

‘전에 썼던 마경보다 그나마 좀 재미있다는 평이 나왔으니 계속 쓰세요.’

하루에도 수차례 메일이 왔나 확인을 하던 차에 너무 반가운 마음에 메일을 열어본 저는 이런 내용을 접하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습니다.

계속 쓰라니요? 뭘 어떻게 쓰라는 것인지 막막했습니다. 글에 대한 방향 제시뿐만 아니라 출판에 관련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로 없는 상태에서 그냥 쓰라니요? 하다못해 메일 서두에 인사조차 없이 바로 이 말뿐이더군요.

메일이 오기 전에 기다리다 못한 제가 왜 이렇게 작품 검토가 늦는 것이냐고 전화를 하니까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작품을 모니터하는 대학생 알바가 시험기간이라 검토를 못하니 그냥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무려 한 달 가까이 말입니다. 저는 정말 분노가 치밀고 기가 막혔지만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 했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저로서는 정말 하루하루가 힘들고 어려운 날들이었습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나중엔 얼굴조차 들 수가 없더군요.

고민하던 저는 결국 판무 작가란 직업을 접기로 결심하고 교차로를 뒤적거렸습니다. 별다른 재주가 없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몸으로 때우는 일 뿐이었습니다. 이곳은 시골이라 일거리도 별로 없어 대전까지 나가 구직 면접을 보러 돌아다녔습니다. 하루는 제 아내가 면접을 보고 집에 들어온 저를 붙들고 울더군요. 자신은 괜찮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결코 글 쓰는 일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는데 둘이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습니다.

정말 말로 표현 못할 만큼 힘들고 절망스런 나날이었습니다. 아내의 격려에 전 면접을 보러 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며칠 동안 강가를 거닐며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리곤 다시 컴퓨터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빈센트가 바로 메모라이즈 초고 원고입니다. 저는 이것을 수정하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 집필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석해뇌벽’입니다. 말 그대로 석해 벼락맞다라는 뜻입니다. 메모라이즈는 이후 판타지 설정에 맞게 제목을 바꾼 것입니다. 2권 분량을 집필한 저는 다시 동아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바보 같은 짓이었으나 그래도 전작이 있는 작가인데 조금은 생각해 주겠지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그만큼 사정이 절박했던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마찬가지더군요. 그냥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다시 한 달이 흘렀습니다. 저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답변을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제겐 정말 그렇게 지루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 달이 다 되어 연락이 왔는데 대뜸 그러더군요. 어찌되었든 연재를 해보자고 하더군요.

여러분, 이것이 지금 무슨 뜻입니까? 연재해서 잘 되면 출판하고 안 되면 또 버리겠다는 것 아닙니까? 저와 아내는 과거 마경 때의 악몽이 떠올랐습니다. 아내가 말리더군요. 자신이 보기에도 재미있는데 굳이 연재를 하라는 출판사의 저의를 모르겠다고요. 그러면서 이번 원고는 다른 출판사에 투고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연재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 저는 오기가 치솟더군요. 그래서 연재를 결심하고 1권 분량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생각 외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때부터 동아의 태도가 예전과는 180도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마경 연재 시에는 두 달 동안 연락조차 없더니 메모라이즈의 경우 연재한지 이틀 만에 연락이 와서 몇 편을 올리라는 둥 코치를 하더니 불과 일주일 만에 표지시안인가 하는 것을 보내더군요. 정말 기가 막힐 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12월 초에 출간을 하겠답니다. 제가 연재를 11월 23에 시작했는데 이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더불어 타 출판사 등 동네방네 메모라이즈는 자신들이 출판한다고 홍보를 하고 다니더군요. 전 그 저의 또한 심히 의심스러웠습니다. 혹 제가 다른 출판사와 계약을 할까봐 미리 선수를 친 것이 아닙니까? 저에겐 일언반구도 없이 뒤에서 몰래 행한 일입니다.

전 동아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에 인간적인 배신감과 함께 환멸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이익에 따라 태도를 180도로 달리할 수가 있습니까? 저는 이런 동아의 태도에 분노하다가 급기야 여러 작가와 타 출판사 및 가까운 지인들을 통해 저의 이런 사정을 알리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심지어는 법률자문도 받았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런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동아와는 어떤 형태로든 함께 할 수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지난날 동아가 제게 메모라이즈를 연재하라고 했을 때, 이미 저의 마음은 동아를 떠났습니다. 심지어 자식 같은 작품인 메모라이즈를 사장시킬 결심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이런 사정을 전해들은 서울북스에서 다행히 출판을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어떤 분들은 제가 더 나은 조건에 혹해 서울북스로 옮겼다고 오해하시는 분도 계신데 사실과 다릅니다. 조건만 냉정히 따지면 오히려 동아와 전에 계약했던 마경보다도 못합니다. 차라리 마경 계약을 갱신하거나 새로운 계약을 맺는 것이 조건 면에서는 더 낫습니다.

사정이 이러한대도 이제 와서 마경 계약이 메모라이즈 계약이라고 터무니없이 주장하며 법적조치, 손해배상 운운하는 동아가 과연 수치심을 아는 출판사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이익에 눈이 멀어 작가 한 사람의 인생을 농락하더니 이것도 모자라 변호사까지 동원해가며 이렇게 모략해도 되는 것입니까? 도대체 출판조차 되지 않은 작품을 가지고 손해를 봤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입니까? 이것이 출판사의 횡포가 아니면 무엇입니까? 그래, 손해는 얼마나 보셨습니까?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이익을 포기한 손해입니까? 오히려 손해배상은 제가 받아야만 합니다. 지난날 동아의 이런 불성실한 태도로 인하여 심적, 물적으로 고통 받고 피해를 본 것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마경 계약과 관련하여 몇 가지 문제가 더 있습니다.

전작 계약서에는 분명히 보장 부수 3권을 제외하고 4권부터의 인세를 3개월 안에 지급한다라는 조항이 있었는데 마경 계약에선 이 조항을 슬그머니 삭제시켰더군요. 이게 무슨 뜻입니까?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입니다. 더불어 전작과 마경 또한 모두 판매부수로 계약을 맺었는데 전작의 경우 도대체 얼마나 팔렸는지에 대하여 서면으로 통보해 준다고 하더니 단 한 차례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알아서 주는 것만 받았습니다. 도대체 뭘 믿고 이랬는지 지금 돌이켜보면 저 자신도 바보 같고 답답할 뿐입니다. 판매부수는 옳지 않습니다. 발행부수로 계약을 해야죠. 그래야 확인이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이번 일이 불거지면서 저도 많은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여타 작가 분들도 저와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계약을 하실 때에는 선배 작가들에게 반드시 조언을 구하세요.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었습니다.

동아의 이런 횡포에 대하여 저도 변호사를 통해 이번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습니다. 이익에 눈이 멀어 적반하장 격으로 나오는 동아를 상대로 저도 끝까지 싸우려고 합니다. 저를 편들어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봐 주시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장문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이릭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