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보다 나은 영화는 없다,라는 생각에 확신을 갖는 것은 짧은 영상으로 무수히 많이 담겨있는 내면의 뜻을 다 보여주기는 힘들것이라는 선입견과 지금껏 보아온 원작소설의 영화를 봤을 때 잘 만들어진 영화는 있지만 원작을 능가하는 영화는 거의 없다는 편견때문이었다.

성균관도 별 관심이 없고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제목 또한 맘에 들지 않은 드라마에 가졌던 관심은 오로지 성균관 스캔들의 방영을 규탄한다는 성균관 유림들의 반대가 있었다는 뉴스 한토막뿐이었기에 드라마가 시작되어도 별 관심없이 TV를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무료한 어느날 지켜본 드라마는 최고의 인기를 받고있는 아이돌을 드라마로 한 유치한 드라마일 것이라는 예상을 조금은 뒤집어줬다. 나름대로의 임팩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원작소설은 그보다 더 낫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덥석 책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갈수록 왠지 성균관 스캔들의 성공은 작가와 연출가의 무한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요즘 어머니와 아침 저녁으로 같이 즐겨보는 드라마들을 보고있으려면 똑같은 내용에 늘어질대로 늘어지는 전개가 짜증날만큼, 내가 발로 써도 그만큼은 쓰겠다 라며 드라마 극작가들의 능력을 무시했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흔히 칙릿이라 불리는 연애소설일뿐인 이 소설을 아주 멋있는 작품으로 만든것은 극작가와 연출가의 솜씨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뭐 어쩌면 내가 책의 내용을 너무 기대해버려서 더 극대화된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좀 다른 이야기지만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장르소설 작가로 꽤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성의 인연'이란 작품이 드라마로 만들어진것을 봤다. 우연히 드라마를 보게 되었고 그 후 원작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전체적인 중심 줄거리는 똑같이 이어지는데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암울한 분위기가 깔려있는 원작소설은 소설대로의 읽는 재미가 있고, 드라마는 오히려 정반대로 가볍고 경쾌한 유쾌함이 담겨있어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물론 우리 원작소설과 그를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 역시 훌륭한 작품이 많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연애소설의 느낌이 더 강할뿐이고, 성균관 스캔들은 꽃미남 4인방의 인기에 영합하면서도 조선시대에(혹은 지금까지도) 여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여자라고 멸시되어오던 모든 차별을 딛고 일어서는 것의 의미와 안된다는 것을 뒤집어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책은 다 읽었고 드라마는 이제 반을 남겨두고 있다.사실 소설 초반에 정말 기대했던 정박사의 대학수업 강의는 드라마와 전혀 달라 그때부터 책읽기가 별로라는 감정으로 읽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의 에피소드와 의미전달이 원작소설과는 많이 달라 드라마의 전개와 결말이 어찌될지 더욱 기대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