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무협 출판사의 편집부.
그들에 대한 짧은 생각입니다.

수년 동안 변화되지 않고 발전되지 못하는 판무의 질적인 문제, 그리고 내용적인 천편일률성이랄까 획일성이라고 할까...
그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원한다면 우선적으로 변화해야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편집자들입니다.

몇몇 편집자들과의 그리 심도 깊지 않은 정도의 이야길 나누어보면 한결같은 생각이 있습니다.
"무모한 컨택은 회사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이러한 걱정이 결국 판무의 새로운 소재 발굴이나 독특한, 혹은 창조적인 소재의 글들이 빛을 보지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정말 독특한 혹은 가볍고 읽기 쉬운 글, 혹은 조금 어렵고 무거운 글일지라도 "독자"를 우선 생각하여 출판 가능한지를 따져야 겠지만 실상은 편집부의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한 출판이 전부일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편집부의 직무유기의 한 형태인 '연재사이트 상위작들 출판'에 한정되어 있지요.
물론 그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중세, 기사, 소드마스터, 드래곤, 마법....
너무나도 변화되지 않는 판타지들의 내용과 식상함은 회사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으려는 편집자들의 생각에서부터 출발하고 있습니다.
좋게 평가한다면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고 "안정적"인 이미 검증된 소재의 책들을 내는 편집자들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괜한짓(독특한 소재의 책 출판)을 해서 사장을 불편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라는 생각이겠지요.
하지만 그 심정 중에는 "무사안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게임판타지 소설의 출판이 많아진 이유도 이와 같은 생각에서 나온 출판형태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안정적이다."
"후속권 추락율이 낮다."
"전체적인 판매에서 일반 판타지나 무협보다 적지만 후속권 반품율이 낮다."
이러한 공통점에서 게임판타지의 출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싶습니다.
발행부수 예측이 쉽다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이유일테지요?

일반소설에 버금가는 혹은 이제까지 선보이지 않았던 소재들의 글은 편집자들에게 먼저 걸러져버리니 세상에 그 빛을 보지 못하고 결국에는 판무의 질적 성장에도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리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편집자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독자는 독특하고 창조적인 새로운 것을 원한다."라는 것입니다.
기존에 나온 책들과 유사성이 높은 책들에 지겨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판매에 안정적인 책이 아니라 좀더 독자들이 신기해할 것, 새롭다고 말하는 것들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판무가 서점에 진열되지 못하고 베스트셀러가 없는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변하지 않는 책의 내용!

물론 이런 문제를 심도있게 들어가보면 "대여점의 반품경향"도 문제일 수는 있습니다.
"독특하면 일단 빼고 본다."
이렇게 바라보는 것이 출판사의 시선이니 말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편집자들의 시선이겠죠.
언제나 하는 말처럼...
"그것은 독자의 선택일 뿐입니다."라는 핑계를 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좀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하지 않을까요?
대여점이 아닌 독자를 먼저 생각하고 소수의 판무매니아가 아닌 전체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출판을 해야하는 것은 아닐까요?

"판타지 무협 소설은 언제나 새롭다."
이러한 인식이 독자들에게 생기게 만드는 것이죠.
그러한 인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출판형태 혹은 지금과 같은 편집자들의 복지부동은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기획없는 편집은 이제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판형을 통일시키고 가격을 통일시키고 내용마저 통일되어버린 판무는 언젠가 시들해질 뿐이지 않나요?
"언제나 새롭다."라는 인식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니 힘들지 모르지만 새로운 것을 찾지 않는 편집자들이라면 그것은 편집자가 아니라 독자 중에서 조금 특출한 정도의 사람일 뿐이지 않을까요?

"새로운 것에 대한 반감은 대여점주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라고 의문을 표할 분들도 계실 겁니다.
"가격 올려서 내면 새로운 겁니까?"
"하드카버만 입히면 새로운 겁니까?"
"속지를 얄팍하게 싼종이 쓴다고 새로운 겁니까?"
그건 아니죠!
내용과 소재의 새로움을 원하는 것입니다.
아이러니지만 가격을 내리면 새롭다고 말해 드릴지는 모르겠군요.
"그냥 저냥 이전것과 별반 다르지도 않은 책 가격을 낮추었습니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새로운 시도고 도전이지 않을까요?

결론은 편집자들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기 전에는 판타지나 무협은 새로워지지 않고 발전되어지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장르소설 출판사의 편집자 여러분.
입사 초기의 그 시선하고 의욕적이고 뭔가 만들어 보려는 그 의지를 새롭게 다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얌마 우린 지금도 그래!"라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판타지 무협 시장 전체를 놓고 본다면....
언제나 젠걸음만 하고 있는 내용의 책들만 나오고 있을 뿐이지 않습니까?
매니아들인 독자마저 난독증에 빠트리는 출판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