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데카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의심으로부터 시작된 절대명제는 의심하고 있는 자신이라는 존재.
절대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명제.

그런 이유로 이런 의심을 품어본다.
아니 소설을 쓰본다.

가끔 사람들은 '의혹'이라는 것을 제기하면 '차라리 소설을 쓰라.'라고 말하지 않는가?
그래서 그냥 차라리 소설을 쓰보기로 했다.

누군가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여간첩 원정화사건이 있었다.
언론이나 방송에서조차 그녀의 간첩활동에 의구심을 표했던 사건이다.
하지만 결국 그 마무리는......
[처음부터 간첩은 아니었다. 천민 자본주의 한국을 대하면서 차츰 마음이 바뀌어 북한에 정보를 파는 이중간첩질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정통한 소식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되었다고 듣고 있다.

여간첩 원정화 사건으로보자면 공안측이 "허위, 조작한 간첩사건"은 아니라는 것이고 어쩌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초기 여간첩 원정화를 체포했을 당시 그 누구도 그의 '간첩스럽지 못한 간첩활동'을 설명해내지 못했다.
심지어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공개적으로 의혹의 눈길을 던지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나라 수구들에게 마지막 남은 한장의 카드.
그것을 이명박정부 초기부터 꺼집어 낸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겠지만 방송은 그렇게 대놓고 의혹을 말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이러한 의혹은, 여러사람들의 의혹이나 의심이 좀더 세밀한 수사를 하도록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영부영 간첩입니다.'라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명확하게 그녀의 간첩답지 못한 이유를 설명해주었으니 말이다.
의심이나 의혹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이고 그래서 더욱 우린 의심이라는 것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의심으로 나는 생각하고 또 존재하고 있다는 명제도 완성하는 셈이니 말이다.

지금 미네르바사건으로 인터넷이 뜨겁다.
그리고 누군가는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고 의심을 품고 있다.
'검찰에 체포되어 구속된 그가, 미네르바가 아닐 수도 있다.'라는 의혹이다.

공명심이 불타오를 30대초반의 나이.
하지만 그는 주변 지인들에게 단 한번도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말하지 않았다.
현재까지의 팩트는 그렇다.

검찰은 그가 미네르바가 맞다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 수사초기부터 해괴한 노력을 했다.
자술서도 아니고 진술서도 아니다.
'2009년 한국경제 실물 경기 예측 동향'이라는 어찌보면 보고서와 같은 것을 수사당시 작성하도록 했다.
아마 검찰 역사이래 이와같은 보고서로 본인확인을 행하고 또 그것을 언론에 흘려보내기는 아마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 두가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미네르바의 진위여부를 의심 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공명심이 없는 익명성 뒤에 숨어서 글을 올리던, 자신의 실체를 숨기기 위해 하지않아도 될 자신의 신분이나 나이나 성장과정 등등 말을 섞어 넣어 거짓말을 했던 한 남자가 검찰에 출두해서는 자신을 잡아가두는 증거로 활용될 수사상 협조의무같은 것도 없는 보고서를 작성한것은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본인임을 증명해 보라!]라는 지시를 따랐던 것인지 [글실력을 어디 한번 보자.] 혹은 [그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글을 올렸는지 입증하라.]고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본인에게는 좋지 못한 증거를 제공한 셈이 되는 것이다.
뭐 일반적인 추론으로보자면 [구형량을 감해 줄테니 실제 지식에서 나온 글인지를 입증해라. 만약 입증해 낸다면 구형을 줄여주겠다.]라고 했을 것이라고도 생각해 보지만 이건 역시나 소설의 재료로나 사용해야지 검찰을 상대로 까발려 묻긴 쉽지 않은 재료다.(너무 몸 사린다.;; 이왕 소설인데...)

소설 "미네르바"는 이런 허구스러운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분명 소설일 뿐이다.

소설 "미네르바"는 한 시간 만에 작성된 글이며 현재 2화까지 진행중이다.

픽션 [fiction]

가상소설

[미네르바]

1화, 나와 함께 있어야 한다.

“나와 함께 있어야겠어.”

“아니, 잠시 조사만 받고 풀어 주신다고 했지 않습니까?”

“상부의 지시라 나도 어쩔 수 없게 되었소.”

검은 점퍼를 입은 사내는 머리가 지근거리는 듯 이마에 손을 얻고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말하고 있었다.
잠시 전까지 보여준 무례함은 그나마 사라진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한 일이었다.

“조사는 끝났는데 어째서 더 있어야 한다는 겁니까?”

박미르는 짜증나는 말투로 물었다.

“지금 나에게 따지는 것인가? 감방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인 줄 아시오.”

검은 점퍼의 사내는 이내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내가 무슨 죄라도 지었소? 왜 감방에 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한단 말이오?”

땅!

“몰라서 물어?”

두 사람 사이에 놓인 탁자를 거세게 내리치며 검은 점퍼의 사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봐, 박미르. 아니, 아고리언 미네르바.”

“…….”

“당신 죄를 몰라서 지금 따지고 묻는 것은 아니지?”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이오?”

“어눌한 대중을 상대로 그만큼 사기를 치고도 자신의 죄를 모른단 말인가?”

“나는 사기를 친 적이 없소.”

“여기 이렇게 증거들이 있는데도 말인가?”

검은 점퍼의 사내가 가리킨 것은 테이블 한쪽에 놓인 서류뭉치들이었다.
제일 위쪽에 보이는 서류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올려진 미네르바의 글과 그 글에 대한 댓글들이 캡처된 사진이었다.

“그것이 무슨 증거가 된단 말입니까? 그것은 단지 인터넷의 댓글 반응들일 뿐이지 않소?”

“당신의 말을 믿고 이런 행동과 결과를 대중들이 만들어 냈는데도 당신이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허허.”

박미르는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좀 더 나와 있어 주어야겠어.”

“언제까지 말이오? 내가 이곳에 온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지 않소? 사람을 이렇게 무한정 잡아 가두어 둘 수 있는 것이오?”

“어디서 주어들은 것이 있는 모양이군.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것이 통하지 않아. 수사기간이나 긴급체포 시한 같은 것은 우리가 정할 뿐이라고. 여기에서는 당신 하나 정도 죽어 나가도 누가 신경 쓰지도 않을 것이야. 당신의 죽음 따위는 밖에 있는 사람들이 알 길도 없어.”

“지금 날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것이오?”

“아무튼 그런 줄 아시오. 조금 있으면 위에서 누군가 온다니 그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분에게 물어보거나 하시오.”

자신의 할 말을 모두 마치기라도 했다는 듯이 검은 점퍼의 사내는 테이블 한쪽에 놓인 서류들을 챙겨 들기 시작했다.

“누가 온단 말이오?”

박미르는 탁자에 붙은 엉덩이를 살짝 들어 검은 지퍼의 사내의 얼굴가까이로 자신의 얼굴을 내밀며 다급하게 물었다.
사내는 서류를 챙겨들면 휭하니 나가버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정도는 알려주지.”

“…….”

“그분과의 대화에 따라서 당신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으니 잘하라고.”

“그게 무슨 말이오?”

“성급해할 필요 없어. 어차피 당신과 내가 만날 시간은 많으니까 말이야.”

결국 검은 점퍼의 사내는 서류를 한 아름에 들고서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2화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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