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말을 해야할까요.
대표이미지에서 보이는 이순신 장군에게 미안함을 느낀다라고 할까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왜 하필이면 그들 전경은 이순신 동상 앞에 진을 친 것인지.
애국심에 호소하고 싶었을까요?
촛불문화제로 이명박을 규탄하는 것이 역사가 말해줄 애국이라면...
그들은 지금 자리를 잘못잡은 것은 아닐까요?
이순신 장군의 동상 앞에서 민주국가의 시민을 탄압하였으니 말입니다.

현장에서 본 정말 작은 사람의 짧은 단상 몇가지입니다.

첫째는 과격한 시위를 펼치는 사람들.
그들에 대한 적지않은 충격과 의아함을 넘어서는 불신을 가지게 되더군요.
왜일까?
왜 저들 2인은 통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오거나 동료들 혹은 크고작은 인터넷 동호회나 학교의 깃발아래 모였는데...
저들은 누구이길래 저리 통하는 걸까?
하필이면 절친한 친구가 각목을 함께 들수 있는 과격한 시민인걸까?
좋지못한 시선을 그들에게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둘째는 누가 먼저 시작한 싸움인가에 대한 의구심이랄까요.
사실 이 의구심에 대한 답은 분명히 있습니다.
이명박정부겠죠.
하지만 그에 대한 분노는 전경을 향하고 있고 전경들의 분노는 시민을 향하고 있더군요.
전경들이 분사하는 소화기...
그건 아마도 시위진압 장구가 아닐 겁니다.
이런 엉뚱한 발상을 해낸 어청수 경찰청장은 참으로 난감한 사람이 아닌가 싶네요.

저렇게 뿜어댄 그 소화기가 왜 인권위원들의 손에 들려있는 것일까요?
그들은 소화분말을 모두 소진한 철재 소화기 통을 시민을 향해 던진 것일까요?

"던졌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직접 보았다." 이런 말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목격한 것은 아니라 단정은 못합니다만.....
저렇게 시민들 측으로 넘어온 소화기가 하나 둘은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히 보았습니다.
전경 차량손괴가 먼저인지 아니면 전경들의 욕설과 야유와 침을 뱉는 일들이 먼저였는지.....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저나 그 자리에 있는 시민들 모두의 뜻은 하나이니까요.
단지 목적을 완성하기 위한 수단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요.
아쉽게도 폭력적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고싶지는 않은데....
누군가 그것을 조장하거나 조작한다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겠지요.

해서 하나 건의를 하자면 문화제에 참여하실 분은 꼭 동료들이나 가족들과 함께하면 어떨까 싶네요.
둘 이상이라면 최소한 함께온 나머지 분들이 과격해지려는 그 심정을 자제시켜 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국민은 최소한 폭도가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닐테니 말입니다.

아쉽지고 이율배반적이지만 너무나도 애타게 가고싶은 그 길을 막은 버스를 치우는 것까지 폭도라 부르기에는 무리일 겁니다.
버스자체의 모습만 보자면 좀 황망스럽죠.ㅠㅠ(휴~)

사회적인 현상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저도 그만한 소양을 갖추지는 못했구요.

단상 그 세번째는.
예비군에 대한 것입니다.
그들은 객관적이라거나 평화적이라거나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기에는 아직 세련되지 못했더군요.

"뒤로 빠지세요. 곧 전경들이 진압에 나섭니다. 1차는 우리가 막겠지만 우선은 모두 내려가세요."
이렇게 외치는 예비군이 있었고 그 옆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물러나지 마십시오. 우리가 있는 곳은 인도고 물러나지 않으면 저들 전경은 밀고 들어 올 수 없습니다."
그분의 말에 대한 예비군의 태도는 난감한 수준이었습니다.
고압적인 자세라고 할까요?
아무튼 그 예비군의 지시아닌 지시에 의해서 인도에 있던 많은 시민들은 뒤로 밀려 밀려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1차적으로 전경이 밀고 내려오지 못하도록 인도를 지켜서겠다던 예비군들은 이미 그곳에 없었습니다.
뭐 물론 그 자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애초에 없었고 그 자리를 지켜 막아서라고 말할 자격도 저에게 없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강압적, 귄위적'인 그들의 자세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새로운 제3의 권력"
"군부의 힘"
"군복이 남성에게 주는 우월감"
그런 뭔가를 가진 젊은 혈기방자한 분들이더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아! 물론 그들 중에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소수에 대한 이야기죠.

그렇게 인도에 있던 시민들이 밀려남으로 인하여 도로 중앙에서 구호를 외치던 수많은 시민들은 포위아닌 포위를 당하게되고 연행까지 진행되었더군요.
인도가 밀리면 당연히 도로 중앙은 포위되는 형국이었습니다.
고스란히 예비군의 지시에 따라서 피해주고 전경들이 밀려들어와 인도를 점령하였고 그렇게 인도를 점령한 전경들은 인도에 있던 시민들이 아닌 도로 중앙에 있던 시민들을 애워싸 버렸습니다.

인도에 있던 시민들이 그들을 피해 뒤로 피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쉽게 그곳을 함께 지키자고 나서기에는 무리였습니다.
"뒤로 빠지세요."라며 외치는 예비군들에 의해서 이미 수많은 시민들은 곧 인도를 향한 전경들의 진압이 시작될 것이라는 경고로 그 말을 해석하여 들어버렸고 머리 속에는 어서 피해야 된다는 생각만 가득차게 되었으니까요.

그런 그들이 열을 지어 시민을 막아 서는 모습을 자세히보았는데, 그 모습이 흡사 전경들이 진입을 막는 모습이더군요. 제 느낌상 그랬습니다.
자유분방한 자율적 시민 참여자들이라고 보기에는 웬지 어색함이 많더군요.
밝음도 자부심도 아닌.....
"근무"서는 표정들이었습니다. 

네번째 단상은 기자들에 대한 겁니다.
"들"이 아니라 한명의 기자였습니다.

요즘 심심치 않게 언급되는 내용 중에 "프락치로 오인받다."라는 일들이 있음을 압니다.
헌데 우리같은 사람만 그 사실을 아는 것인지 아직 기자들은 그것을 모르더군요.
아니, 알고 있으면서도 권위의식이라도 가지는 것인지 적절한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더군요.
"시위 시민에 대한 정면 사진이 클로즈업되어 있는지 보고싶다."
어떤 시민분이 채증을 하는 듯한 카메라를 든 분에게 이와 같은 이야길 했습니다.
"기자요."
이런 식이더군요.

크로즈업된 사진은 없었고 그것을 확인시킨 기자는 따져묻기 시작했습니다.
"조중동이라고 해도...... 시위 시민들의 사진을 찍어서 시민들의 불만이 극해 달했다.라는 기사를 올려서 정부에 알릴 수도 있지 않느냐? 기자라고 했으면 되었지 무슨 오해를 하고 그러나!"
뭐 이분 말도 틀린건 아니지만 옆에서 듣기에 참 거북하더군요.
프락치로 오인받는 일이 흔한 시위현장인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텐데.
그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미리 가슴에 기자증을 부착하고 다니면 될 것 아닌가!
오인하는 시민보다 그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시민과 말싸움을 하는 기자의 자세에서 보이는 건 오만함 정도였습니다.

"기자 그까이께 뭔데, 오해 받으면 열받아야 되나? 차라리 오해받지 않도록 기자증을 외부에 보이게 목에 걸거나 혹은 완장이라도 차면 될 것 아닌가?"
물론 오해하시는 시민분들의 격한 말이나 태도에도 상당한 문제는 있습니다. 이상한 것은 그러한 오해를 한명의 시민이 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함께 하더라는 겁니다.

다섯째는 우리들에 대한 이야깁니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중대한 부분들을 놓치고 있더군요.(제가 좀 심한 편이죠;; 알면 고쳐! 퍽^^)

전경과 가장 가까운 곳에 대치한 시민.
그들만이 이번 촛불문화제의 전체 모습은 아니라는 겁니다.

어떤 분의 글을 보면 "오늘같은 폭력시위가 진행되면 촛불문화제에 참여하지 않겠다."라는 글이 보이더군요.
그런 분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고 분명 저와 다른, 아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신 분도 있겠지만......

"전체를 보세요. 전경과 맞닿은 곳에 대치한 시민도 있지만 그 뒤로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하게 많은.....수많은 시민들이 아주 자유스럽게 길바닥에 삼삼오오 모여앉아서 시국을 논하고 있기도 합니다. 가족들과 동료들과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토론의 장을 펼치고 있는 모습들을 꼭 한번은 살펴보고 극도로 긴장된 그곳 일부분의 모습에 국한된 글을 올리는 것을 다시 한번 곱씹어 되내었으면 합니다."

저 스스로도 다하지 못하는 일이지만 그리하도록 그리 하려고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야겠어요.
정말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더군요.

앞으로는 작은 모습에 일희일비하고 전체를 파악하지 않도록 해야할까 봅니다.
그래서 아마도 촛불문화제 이야긴 앞으로 좀 줄일까 싶네요.
객관적이긴 무척이나 어렵고 단편적인 지식이나 시각으로 해석할 부분이 아니라는 결론입니다.

아마 그것을 할 수 있는 나이가되면 그땐 또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지도....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6월 8일 세종로에서 제가 본 것은 "희망"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분명히 국민들에 의해서 그 결실을 얻게될 것이라는 것, 그런 희망을 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김밥을 만들어 나누어 주시고 물을 나누어 함께 마시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시는 그곳에 다시 갈 수 있기를 또한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