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에서 간단하게 음료를 마시며....몇시간을 토론을 했습니다...이런 저런 시국에 대해서...(이게 촛불문화제의 진수일지도 모릅니다.)

5시를 넘겨서 대충 나올 시간이다 싶어서 움직이기 시작을 했더랍니다.
평소같으면 4시 혹은 5시에 도로를 뚫기위해 나오지만 오늘 새벽에는 많이 늦어지더군요.
나름 경찰들도 고뇌를 한 듯......

설렁설렁가다가 아무래도 신발끈 고쳐묶어야되는 분위기라서 신발끈 묶고 일어나니 뭐 일행들은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두손 꼭 잡고 다니지도 못할 사이니깐 전 또 따로......
재미난(?) 곳을 찾아서 갔죠.

컨테이너 우측 뒷쪽 전경차로 막아 둔 곳이 있는데(칭경비전 위쪽 지하철 입구) 그쪽이 가장 먼저 전경들이 진입하는 곳이더군요.
인도를 통해서 내려와서 세종로 도로를 점거한 시민들을 포위하는 형태로 진압을 시작하는 것이 이제껏 경찰들이 보인 작전이었으니...

전경들이 내려올 시간이되면 진을 치던 예비군들이 길을 열어주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하는 요상한 곳이기도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키고 있던 예비군들이 쏙 빠지니까 절묘한 타이밍을 어떻게 알았는지 전경들이 내려오더군요.

전경들이 내려오기 바로 전까지의 사진입니다.
내려오기 시작할때 모두 사라지고 없는...ㅠㅜ

곧 대치가 시작되었고 그때까지는 잘 막고 있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막는 것도 그리 오래지 않아 상황이 바뀌더군요.
컨테이너 뒤쪽에 있던 바리케이트용 전경차량이 하나 빠지면서 중간이 뻥 뚫려버리게 되었죠.

위 사진에 보이는 칼라티비 촬영기자의 앞쪽에 있는 차량이 쏙 빠져버립니다.

어쩌다보니........
스치로폴 두개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그곳에 저도 함께 서있더군요.
스치로폴은 컨테이너를 올라서는 계단으로 사용되던 것을 누군가 가져온 듯 했습니다.

에라이 모르겠다 이왕 선거.......(그런데 왜 그것도 하필이면 맨 앞쪽 중간이냐고ㅠㅠ.........무용담인가? 설마^^)

코앞에서는 전경대 대장으로 보이는 경찰이 출근할 시간이지 않느냐 물러나라. 이러고 있었습니다.

뒤쪽에 시민들은 이곳은 인도다 그러니 물러날 필요없다......뭐 이러고 있는데.
드디어 전경들이 밀고 들어오는데......(정확히는 의경)
그 전경들 눈빛에 투기라고는 없더란 말입니다.
부끄러워한다는 느낌마저 들더군요.
그들도 이미 지금 진행되는 촛불문화제의 의미를 파악한 듯 했습니다.

"야, 우리 몸으로 하지 말자. 이 스치로폴 치우면 몸으로 부딪쳐야 되는데 굳이 그래야겠니?"
이말에 의경하나가 잠시 눈을 들어 저를 처다보더니 숙연해지더군요.
한편으로는 '나 남자취향 아니거든'이런말이 해주고 싶기도 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발도 사용 하지마. 응?"
대답은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깜박이며 대답을 대신해주었습니다.

어떤 시민이 전경의 방석모라고 불리는 헬멧을 당기려하는 것도 제지시키면서 모두들 과격한 몸싸움이 되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그건 아마도 전경들도 같음 마음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방패를 앞세워 몸으로 밀고 들어 올때 고개를 방패위로 들고 있는 모습이 그들에게 과격한 돌진 의사가 없음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장면이었으니까요.
후미에선 전경들이 전열의 방패수의 헬멧을 잡고 어깨를 완전히 밀착시켜 밀고 들어오는 것이 기본인데 그들은 그런 기초적인 방식도 취하지 않고 있었으니...
아무리 봐도 공권력을 이용한 진압이라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내 미약하지만 뚫겠다는 의지를 가진 힘조차 없어지더군요.
방패와 맞닿은 곳에 전경들이 힘을 주고 있지 않음이 전해졌으니까요.
순간.
"스치로폴 당겨!"
의외로 똑똑한 전경대장.
방패수들을 뒤로 보내고 분대장급들을 앞으로 세우더니 당겨버렸습니다.

당기면 뭐 어쩔수없이 빼앗길 정도로 허술한 바리케이트였던거죠.
다행히 하나만 빼앗기고 하나는 건졌지만 하나로는 버스가 서있던 전체 통로를 막기는 무리였고 곧장 뒤로 밀려 지하철 입구를 등지고 시민들이 서게 되었답니다.

"밀지마! 지하철 입구고 계단이 가파라서 위험해!"
다들 전경들을 향해 한마디씩 던졌고 전경들 대장도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무리한 돌진은 삼가했습니다.
더 이상 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뒤로 병력을 물리기도 했으니까요.

의경이 아닌 경찰로 보이는 이에게......
"뒤쪽 지하철 입구가 많이 위험합니다. 인명피해가 있을 수도...."
"네, 압니다. 매일 다니는 곳이라서요."
그랬던 거죠. 이들도 이미 그 지형을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않아 그 대치는 끝이 났습니다.
도로 안의 시민들을 보호하고자 또 다른 곳에 있던, 인도를 막아서고 있던  우리들은 흔쾌히(?) 대열을 풀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중앙 차로를 점거한 시민들이 전경에게 밀려나 있는 상황이었으니 저희와 대치한 전경들이 그곳을 향하게 내버려 두는 것과 막아서는 것이 실익이 없어져버린 것이죠.

"천천히 뒷걸음으로 물러납시다."
어떤 시민이 한마디를 하며 끝을 내자고 하더군요.
뭐 물론 물러나자. 아니다 지키자. 이런 왈가왈부는 있었지만 도로의 상황이 파악되자 이내 모두 해산을 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다만......
"뒷걸음질 할 필요없습니다. 뒤돌아서서 걷는다고 전경들이 달려와서 머리를 때리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를 던지고 돌아서려다가.....
"수고하셨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전경들과 경찰들에게 서로 서로 인사를 건냈고 그들 경찰 중 일인은 그 인사를 받아 주었습니다.

흡사 격렬한 시합을 마친 운동선수들 같았습니다.
그것도 서로간에 퍼펙트에 가까울 정도로 룰을 치키며 치룬 경기.
페어플레이를 했다는 뿌듯함이 서로에게 보여지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시민들은 그랬습니다.
작은 박수소리가 들려오기도했으니까요.
전경들에게 전하는 박수였습니다.

대치된 상황 내내 시민들은 비폭력과 함께 또 다른 고함을 질렀습니다.
"제대하면 너희도 이쪽이다."
네..... 아마 그렇게 될 겁니다.
18년만에 정말 저쪽편에서 방패의 손잡이를 잡았던 누군가도 오늘 새벽에는 방패의 반대편에 서있었으니까요.
그것이 정의라면 그렇게 될 겁니다.

지금처럼 촛불문화제가 시민들 스스로 자정작용을 하며 평화스럽게 진행될때 분명 그들도 제대후에는 이쪽 편에 서 있을 겁니다.
아니 지금도 이미 그 마음은 방패의 손잡이가 아닌 촛불을 쥐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