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의 수익구조는 크게 ‘극장수입료’와 비디오, DVD 판매 등 ‘부가판권 수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한국영화산업은 인터넷, 모바일, DMB, IPTV 등 매체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극장’이라는 오프라인 시장에 의존해 왔다. 그 비율이 80%를 넘어선다.

극장수입료 대비 부가파권 수입의 비율이 비슷하거나 후자가 커야 영화산업이 안정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부가판권 시장이 몰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4만여 개에 달하던 비디오·DVD대여점이 3000개 정도로 대폭 줄었다. 길거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DVD 불법복제판, 인터넷 상의 불법 다운로드 때문이다.

‘붕괴’ 영화 부가판권시장, 디지털로 눈돌려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이를 바로잡고자 팔을 걷어부쳤다. 극장수익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를 탈피해 부가판권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시장은 약 9000억원에 달하는 불법 영상복제 시장이다. 컴퓨터에 의한 영상물 다운로드는 물론이고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VOD), IPTV, DMB, 모바일, PMP, Dvix플레이어 등에 의한 영상물 접근 및 관람을 통제, 누리꾼의 78%가 경험했다는 불법 다운로드를 양성화시킬 계획이다.

영화제작가협회는 디지털 영상콘텐츠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위탁업체를 선정했다. 2007년 10월 문화관광부가 디지털 저작권 및 재산권에 대한 신탁단체로 지정한 ‘씨네21㈜’이다. 영화전문잡지 ‘씨네21’을 발행해온 씨네21㈜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유비쿼터스 시네마 컨텐츠 컴퍼니’로 거듭나게 된다.

합법으로 고화질 다운로드 ‘즐감’

씨네21㈜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파크컨벤션홀에서 ‘영화부가판권 시장확대를 위한 디지털 콘텐츠 유통사업 및 관련시스템 설명회’를 열었다. 문화부, 영화진흥위원회 인사를 비롯해 영화 관계자, IT업체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씨네21㈜은 온라인 부가판권시장을 관리할 ‘디지털 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DCMS)’을 공개했다. 영상 콘텐츠 판매자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하고 부가판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콘텐츠 관리 기능, 영상물의 Meta DB, 정산 시스템 등을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 일반 이용자들이 접하게 될 ‘즐감 서비스’를 시연해 보였다. 이용자들은 3월에 문을 열 인터넷 사이트 ‘인무비’의 서버에서 직접 스트리밍 받아 고화질 영상을 즐길 수도 있다. 올해 2월부터는 저작권을 위탁받은 씨네21㈜와 협력을 맺은 P2P 사이트(팝폴더, 이지드라이브, 폴더플러스, 네오폴더, 다이하드, 짱파일, 위디스크 등)에서 고화질 디지털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관람·소장할 수도 있다.

이용료를 지불했다고 해도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벗어나 ‘합법적’ 다운로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DVD에서 축출된 저화질 영상이 아니라, 고화질로 압축된 HD급의 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씨네21㈜는 향후 협력 의사를 밝히는 포털 및 웹하드 업체, P2P사이트 등에 고화질 영상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고 플랫폼을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차승재 회장 “사용자 감성에 맞춘 서비스 제공하겠다”

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은 “현재 한국의 부가판권 시장은 전체 시장의 12.5%에 불과하다. 돌파구가 필요하다. 영화의 주 소비자인 동시에 IT환경에 익숙한 20∼20대 사용자들의 감성에 맞춘 좋은 서비스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정숙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기술이라는 것이 발전될 때 그 초기에는 언제나 부정적 영향이 있었고, IT 발전이라는 게 급격하다고 보니 그 성장통을 전적으로 영화 쪽에서 받아 안아온 경향이 컸다. 급기야 부가시장이 붕괴돼 영화시장 자체의 존폐가 위협을 받는 시기에 이르렀다”며 “이번 시도가 새로운 유통을 위한 매체가 될 수 있으리라 믿고, IT기술에 힘입어 영화라는 콘텐츠가 민주적으로, 보다 폭넓게 소통될 수 있으리라 기대를 가져본다”고 희망적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매체환경의 변화에 영화진흥위원회가 속수무책이었던 것 사실이어서 죄송스런 마음 뿐이다. 지난 해부터 건강한 온라인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불법복제 방지 위한 사업 펼쳐나가고 있으며, 올해도 투명한 온라인 유통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정부 차원의 선도적 노력을 다짐했다.

‘온라인 극장’ 되기까지는 요원

김상윤 씨네21㈜ 대표는 “합법적 온라인 시장을 여는 것은 우리 모두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시장 전체를 바라보고 영화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영화 관련 디지털 시장의 성장을 고민하며 이것이 한국 영화시장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디지털 영상 사업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이용자들이 ‘즐감서비스’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영화의 범위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만든 모든 영화와 영화진흥위원회의 펀드가 제작 지원한 모든 영화다. 단기적으로 대부분의 핵심적 한국영화, 장기적으로 모든 한국영화를 만날 수 있게된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저작권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영화진흥위원회를 벗어나는 모든 외국영화 및 일부 한국영화는 제외된다. 주최 측은 협의 중이라며 낙관적 성사를 전망했다. 또 개봉작도 아직은 어렵다. 신작을 거는 극장사업주와의 조율이 선결돼야 가능한 일이다. 김준범 씨네21㈜ 이사는 “극장도 필름을 벗어던지고 디지털로 변모하고 있다”면서도 “격변을 겪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단기적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인정했다.

매체환경 변화에 맞춰, 온라인 상영관이 국내외 신작영화를 만날 수 있는 또하나의 플랫폼이 되기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 단기적으로는 주요 한국영화에 국한돼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적 IT업체 애플의 대표 스티브 잡스가 미국의 모든 메이저 영화사를 끌어들여 온라인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사업을 도모 중이라는 점을 비춰볼 때 전략적 사업모델이 거의 같은 DCMS의 출사표는 반갑다.

※본 기사는 대여업계의 생존권 혹은 이해관계로 볼때 직접적이고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기사 전문을 펌해 올립니다.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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